6월 16일 오전 01:55, 크로스벨, 오르키스 타워 나중에 부르겠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일 줄이야. 별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타워의 시린 불빛만이 바닥을 비춘다. 마키아스는 옥상 난간을 잡고 선 채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250 에이쥬의 아찔한 높이. 여기서 뛰어내린다면 확실하게 죽겠군. 뼛조각 하나 남지 않을 것이다. 손바닥에 저절로 땀이 배어 나온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가벼운 발소리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어, 오랜만이군.” “렉터 아란돌 소령?” “왜 내가 여기 있냐는 표정인데? 뭐, 총독 나리는 좀 바쁘대서 말이야. 참나, 곧 라마르에도 가야 하는 사람을 어지간히도 부려먹는구먼.” 라마르, 그렇군. 이번에도 ‘그런’ 식이군. 토르즈 제2 분교의 목적지는 이렇게 정해진 건가...
모든 사람은 자기 조국의 적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의 적이다. 모든 국가는 자기 국민의 적이다. 군인의 손에 소총을 쥐여주고 전선으로 내보내면서 생존이 임무라고 말하는 건 바로 자신의 정부이다. E.L. 닥터로 - 6월 17일 오후 01:40, 크로스벨, 오르키스 타워 루퍼스 알바레아는 크로스벨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전면유리로 된 창가를 등지고 서 있었다. 한낮의 눈부신 햇살이 그에게 더욱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랜만이구나 유시스.” “…격조했습니다. 형님.” 1년 반 만에 만난 형제의 인사는 그것이 전부였다. 눈 앞으로 내밀어진 혈육의 손을 무시한 채 유시스는 장갑을 끼지 않은 빈손을 꽉 그러쥐었다. “네가 무엇 때문에 지금 여기에 왔는지는 알고 있다.” 루퍼스 알바레아는 내민 손을 ..